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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ya/도전&모험

자전거 국토종주 2일차

자전거 국토종주 2일차



이 더워짐에 따라 해가 빨리 뜨고 늦게 지고 있다.

새벽 3시에 잠들었는데 새벽 5시에 알람없이 일어났다. 긴장된 탓일까? 


앞으로 남아 있는 거리를 생각해 보니 오늘은 상당히 많이 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간단하게 몸을 풀고, 근처에 식당이 안보였기 떄문에 '초코바와 포카리스웨트 3모금정도' 로 아침을 떼우고

다시 출발 했다.






몇달전에 '잠실 올림픽 수영장'에서 스킨스쿠버 교육을 받고 동해로 가서 해양실습후에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그때도 대중교통을 타고 오는게 상당히 멀게 느껴졌는데 어느새 나는 그 길을 지나가고 있으니 참

 신기하면서도 재밌었다.





인증센터에는 라이더 들이 '수첩'에 도장을 찍기 위해 몰려 있었다.

인증받는 제도는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본디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 가 있다. 그것을 이명박 정부가 '4대강' 과 '자전거길' 을 합치고 여기에 게임과 같은 '인증방식'을 도입해 나처럼 밤낮으로 달리는 라이더들을 잉태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실제로 인증센터를 지날떄마다 나도 도중에 수첩을 구입해서 도장을 찍기 시작헀는데, 이것이 은근히 재미있었다.




곳곳에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어서 '4대강' 자전거길을 알 수가 있었다.



바다든 강이든, 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강태공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물을 보며 앞으로 나의 인생에 대해서 

잠시나마 생각해 보면서 휴식을 취했다.



계속 달려서, 팔당대교 근처 자전거 길은 너무 평화로웠다. 산과 고요한 분위기가 전신을 휘감는다.

기분좋은 공기가 달리는 내 육체 곳곳을 간지럽힌다. 




휴일이라서 꾀 많은 사람들이 라이딩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사진에서 보는바와 같이 그들의 짐은 없었다는 것은

나처럼 장거리 여행이 아닌 근처 주민들의 동네투어 정도로 보여진다.

뭐 장거리든, 단거리든 중요한것은 '즐긴다' 는 것이겠지





내 애마, 스팅거의 모습..

10만원대 자전거 치고 수명이 상당히 긴 녀석으로 2년전 전국일주 할때도 이녀석으로 했었다.

그떄는 지금처럼 자전거 도로가 아닌 국도 였기 때문에 훨씬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길은 편한대신에 가까운 거리를 돌아가는 코스가 많아서 답답했다.





소형캠코더가 아직도 말썽이다.. 집에서 테스트할떄 잠깐 구동되고 나서 막상 여행에서 구동이 안되니 답답했다.

휴일이라서 본사에 연락도 안되니 그 마음 오죽하랴, 게다가 첫쨰날 저녘에 gps를 너무 많이 켜서 배터리가 이젠 거의 바닥났다.충전기도 안보이는걸로 봐서는 이번 여행도 고생길이 훤했다 ㅎㅎ





인증센터는 전국이 거의 동일했다. 한강같은 몇몇 군데만 편의점앞에 있어서 찾기가 번거로웠지만 대부분은

전화박스에 들어가서 도장을 수첩에 찍는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본진으로 복귀할떄와 같은 느낌이랄까?




몽골의 기마부대가 그랬을까? 달리면서 먹고, 달리면서 잠을 자고 했다는데 

나는 그정도는 아니었지만 자전거를 되도록 안내리려고 했다. 달리면서 30분에 한번 초코바를 먹고, 포카리 한모금을 통해 충전을 하고 달렸다. 땀을 많이 흘리기 떄문에 화장실도 거의 가지 않아도 되었다. 사진도 자전거 탄 상태에서 찍기 시작해서 그런지 제대로 나온 사진은 없었지만 어느새 이런 패턴에 익숙해져 갔다




시골 전철역등을 보면 일단 잠시 멈추고 찍게 된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이 '터널'이었다.


2년전 국도로 달릴떄는 터널이 가장 공포였다. 왜냐하면 차량과 같이 달리는데 터널속에서 울리는 자동차들의 굉음은 가히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 같은 느낌을 연상하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터널자체를 오로지 '자전거'만 통행하도록 했다. 선밖으로는 심지어 걸어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을정도로 괜찮았다.




인증센터가 편의점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카페 앞에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여행을 하게 되면서 나는 '인증센터' 표지판이 나올떄 마다 반가웠다. 





양평미술관쯤 왔을떄,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피할곳이 없어서 자전거를 나무 밑에 세워 놓고 

미술관에서 구경을했다. 나와 같은 라이더들도 제법 많았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한가지 발견한 사실은 자전거 라이더들이 대게 '팀플'로 다닌다는 점과 그들의 나이대가 대부분 30~50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20대에다가 혼자서 다니고 텐트를 짊어지면서 장거리 여행을 하는 자는 나밖에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여행 종료시점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자전거도로를 타고 가면서 시골과 도시의 배경이 계속 바뀐다. 도중에 이렇게 디자인 가미된 인테리어 건축물을 보면 잠시

쉬면서 앉아있게 된다. 하늘과 4대강 그리고 도시와 농촌을 가까이 볼 수 있는것은 오로지 '자전거' 또는 '도보여행' 밖에 없을 것이다.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면 속도는 빠르지만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절대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빨리 가는것' 보다도 '느려도 주변 풍경을 만끽 하며 가는것' 이 여행의 미덕이 아닐까?

게다가 오른쪽 발목 통증과 왼쪽무릎이 아파옴에 따라 속도를 더 내는것도 힘들었다.




사진기가 구형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아름답게 넋을 놓고 본 풍경중에 하나인데 사진상으로는 느껴지지가 않아서 안타까웠다.

이렇게 자전거도로 근처는 매번 재미있는 풍경을 선사해주며 라이더들을 유혹한다.




자전거도로가 밑에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대충 만든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언덕 올라오는것도 힘들었지만 이렇게 자동차 도로와 갓길이 전혀없는 구간을 만나게 되면 짜증이 나는것이 사실이다. 

옆에 표지판에 자전거 도로라고 했지만 자동차가 많이 다니니 위험하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갈수록 줄어들기 시작해서 어느새 도로에는 나만이 홀로 남게 되었다.




산을 몇개나 넘어 왔는지, 두 허벅지 근육이 모두 파열된것 같았다. 정말 힘들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라는것이 간사한지, 동료가 있었다면 '힘들다' '빡세다' 라고 말을 했을것 같은데 혼자니까 그런 말을 입밖에 내지 않게된다. 그저 마음속으로 생각할뿐.. 이래서 혼자 하는 여행이 나를 더욱 강하게 단련시켜주는 것 같다.




인증센터가 갈수록 다양해진다. 밤에 오면 찾기 매우 힘들것 같은 장소이다. 저기 보이는 도장만 덩그라니 있는게 '무인인증센터'의 모습



4대강 국토종주 라는 타이틀 답게, 유난히 댐을 많이 만나게 되고 그쪽에는 항상 인증센터와 편의점이 있었다.

이쪽 편의점에서 저녘을 먹었는데. 이떄즘 핸드폰 배터리가 모조리 나가버렸고 충전이 되지 않아서 편의점 사장님에게 물어보았는데 맞는 잭이 없었다 ㅜ.ㅜ


연인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일까? 여행온 사람들일까? 아무튼 같이 다니는 모습에 왠지 저들처럼  나도 같이 왔으면 더 즐겁지 않았을까? 하는 급 쓸쓸함이 느껴졌다.


혼자 달리고, 혼자 먹고, 혼자 자고 하는 여정은 많이 해왔고 해오고 있지만 고독이라는 녀석은 친해질래야 친해질수 없는

물과 기름같은 격이라 그런지 외로움을 잘 달래면 내 자신을 추스려야 한다. 

이것은 내가 가고자 하는 모든 여정에 동일한 과제일 것이다.





일단 주변에 물이 많기 떄문에 텐트를 칠수도 없는 상황, 여기의 정확한 위치도 알턱이 없으니 어디쯤 가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야할지도

숙제였다.


그저 거친 내 숨소리와 자전거의 소리만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서 지금 뭘 하고 있는걸까?

그런 질문을 나에게 마구 해댔고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산악가 힐러리의 말은 인용한다면, 

왜 나는 자전거를 타고 먼길을 가는가?

'자전거 길이 거기  있기 떄문이다'


라는 말로  내 자아에게 답변을 해줬다.

빗방울이 갈수록 굵어지기 시작했고,  텐트를 치고 자는 것조차 위험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달리면서 생각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할까? 

하늘은 나에게 도대체 무슨 시험을 하려 드는가?



문득 무의식중에 '군' 에 있을떄 수천번 되뇌였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강해지고 싶다.. '  '기필코 강해지고 싶다' 



그리고 어느새 그런 말조차 생각이 안나는 무념무상의 경지에 다다렀을떄, 불빛들이 보였다.

저것은 분명 '모텔' 이였다.


나는 정신없이 그 불빛에 빨려들어갈듯이 내달렸고 친절한 사장님의 안내로 자전거를 안에 들여놓고 

이틀만에 샤워를 할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사두었던 애플쨈 쿠키를 꺼냈다.

오늘 저녘에 2개를 먹고, 내일 아침에 2개, 점심2개, 저녘2개 먹으면 될것 같았다. 주변에 식당이 안보이고 게다가 휴일까지 곁치는바람에 정말 곤욕스러웠다.


이 모든 상황을 잘 버텨야만 한다. 다리의 상태가 상당히 안좋았다. 밖에서는 칠흙같은 어둠속 빗소리만이 추적추적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무사히 갈 수 있을까? 그런 걱정과 불안속에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