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돈벌기 16화] - 노동자에서 최고경영자로(상)
서울 고층빌딩숲속, 이중에서도 가장 높은 빌딩에 위치한 곳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정중앙에 앉은 박영훈은 깔끔한 옷차림이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그에게 무척이나 어울렸다. 옆에 서있는 비서들 마저도 훌륭했다. 그런데 그가 깊은 고뇌에 시달리고
있을 줄이야 누가 짐작 이라도 했겠는가.
독일,영국등 유럽에서 출발한 회의는 서울로 까지 이어지는 먼 일정이었다. 게다가 미국지사도 방문하여 또
다른 회의를 해야하는 바쁜 스케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것이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임원들을 해치려는 흉포한 마피아들의 위협에도 박영훈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첨단무기로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그들을 지켜줄 것이라 굳게 믿었기 떄문이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가 고민하는 것일까? 그가 유럽에서 데려오는 한 청년 떄문이었다. 그는 과거에 박영훈의
동업자이던 '김씨 아저씨'의 손자인 김진호 였다.
박영훈은 김씨 아저씨에게 영원히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입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손자에게라도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 청년의 됨됨이를 생각할수록 깊은 고민에 빠져들 뿐이었다.
김진호는 온 몸에 장신구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심지어 반지와 귀걸이,피어싱까지 하고 있었다. 김진호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박영훈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할아버지의 강인한 얼굴을 닮았건만 저 장신구들은 대체 뭔가? 남자에게 어울리는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김씨 아저씨는 결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저 녀석도 언젠가는 꺠닫겠지. 할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을 몽땅 날려버린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결심할 날이 오겠지.'
그때 김진호가 불쑥 물었다.
"아저씨, 이렇게 열심히 일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이렇게 먼 거리를 다니시면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이렇게 일만 하시면 인생을 언제 즐길 수 있겠어요?"
박영훈은 김진호에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인생을 언제 즐기냐고? 만약 네가 나라면 인생을 어떤 식으로 즐기겠니? "
"아저씨만큼의 재산이 있다면 저는 왕처럼 살겠습니다. 이처럼 긴 회의와 바쁜스케쥴, 기업을 해치려는 마피아들과 싸우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을거구요. 돈이 주머니에 들어오는 즉시 써버리겠어요.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처럼 옷을 입고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보석을 사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면서 살겠습니다"
"너희 할아버지에게는 보석이 하나도 없었을 게다."
박영훈 이런 식으로 김진호를 은근히 꾸짖고 다시 물었다.
"그런 식으로 인생을 즐기다 보면 일할 시간이라고는 없지 않겠니?"
김진호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일이야 직원들 시키면 되지 않겠습니까?"
박영훈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저 입술을 꼭 다물고 말없이 앉아있었다. 긴회의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박영훈은
'아이폰9 의 홀로그램 기능' 을 작동 시켰다. 그러자 회의 테이블 위로 지구본이 나타났고, 손으로 특정지역을 확대시키자,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위치한 '신 송도타워'가 펼쳐졌다.
"저 타워를 보아라. 저 멀리 푸른바다가 보이지 않느냐? 저 타워가 바로 신 송도 타워다. 네 눈이 밝다면 송도타워 꼭대기, 전망을 볼 수 있을 게다."
김진호가 대답했다.
"그럼 저기가 송도 경제자유구역 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게 성장한 도시에 꼭 와보고
싶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커다란 재산을 모았다는 도시가 아닌가요? 할아버지께서 아직 살아계신다면 우리가 이처럼
고생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미 천수를 다하고 떠나신 할아버지에게 그토록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이냐? 네 아버지와 너도 할아버지만큼 훌륭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을 텐데."
"아버지와 저는 할아버지가 남기신 재산을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할아버지처럼 돈을 끌어당기는 비밀을 꺠우치지 못한
까닭입니다."
박영훈은 김진호의 푸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폰9의 홀로그램 기능을 줌인(ZOOM - IN) 시켰다.
그러자, 타워뒤쪽의 바다쪽으로 홀로그램은 비추기 시작했다. 잠시후 그들의 시선은 바다위에 떠있는 작은어선으로
방향을 잡았다.
갑판위에는 세 노인이 고기를 잡고 있었다. 박영훈에게는 무척이나 낯익은 사람들이었다. 30년 전에 그곳에서 보았던
바로 그 얼굴들이었다. 틀림없었다.! 30년 전과 다름없이 한 노인이 그물을 던지고, 다른 두 노인은 힙겹게 어망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30년 전, 그는 그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그들처럼 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려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그는 회의실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인수합병(M&A)를 통해 손에 넣은 기업들의 모형과 지금까지 사들인 부동산의 초정밀도 모형이 펼쳐져있었다. 심지어 이것은 그가 가진 재산의 일부에 불과했다.
박영훈은 다시 홀로그램으로 시선을 돌려 바다위에서 고기를잡는 세 노인을 가리키며 김진호에게 말했다.
"저 사람들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깥이 바다위에서 고기를 잡고 있구나."
"정말입니까?"
"그래, 바로 저 자리에서 저 사람들을 보았다."
옛날 일이 주마등처럼 그의 기억에 스치고 지나갔다. 왜 그는 과거를 묻어버리고 현실을 즐기며 살지 못하는
것일까? 박영훈은 김진호의 얼굴에서 '김씨 아저씨' 의 미소 띤 얼굴을 보았다.그와 그 청년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장벽이 조금은 허물어진 기분이었다.
그러나 낭비벽에 물든 이 청년을 어떤 식으로 도와야 할까? 어떤 일이라도 해낼 의욕에 불타는 청년이었다면 일자리는
얼마든지 구해줄 수 있다. 그러나 손을 더럽히면서 일하기엔 너무도 고귀한 신분으로 착각하는 젊은이에게 어떻게 일을
강요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는 '김씨 아저씨' 에게 진 빚을 갚고 싶었다. 진심에서 우러난 생각이었다. 그와 '김씨 아저씨'는 모든 것을 숨김없이 나누는 사이였다. 적어도 둘 사이에는 가식과 체면이란 것이 없었다.
그 순간 멋진 생각이 박영훈에게 떠올랐다. 그러나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가족과 그의 신분을 고려해야만 했다. 자칫하면 그의 가족에게 기억하기 싫은 상처를 남겨줄 수 있었다.
그러나 결단력있는 사람답게 박영훈은 곧바로 행동에 옮기기로 결정을 내렸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네 할아버지와 내가 어떻게 동업자가 되었는지 알고 싶지 않니? "
김진호가 대답했다.
"그런 것보다 아저씨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알고 싶어요. 제가 알고 싶은 것은 그것뿐이예요."
박영훈은 김진호의 질문을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내가 네 나이였을 때였다. 우리가 저 어부들을 바라보았을때, 내 옆에 신체포기각서를 쓰던 강효성이 저들의
성실치 못한 태도에 욕설을 퍼부어댔다.
'저런 게으름뱅이들을 보았나! 그물을 던지는 사람이 멀리
던지려 하지 않고, 어망을 끌어올리는 양반들은 제대로 힘을 쓰지 않는데 어떻게 먹고 살겠어?' 라고 말일세."
그때 김진호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잠깐만요. 방금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있었다고 말씀하셨나요? "
"그랬다. 우리는 연안부두 앞에서 조직폭력배들 앞에서 긴 한숨을 연달아 내쉬며 줄지어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있었고 도망치지 못하게 밧줄로 묶여있었다. 강효성이라는 사람 옆에는 당시에 도둑질의 대가로 메스컴에 난리가 났던 신장원도 묶여 있었다. 제일 끝에 묶여있던 사람은 우리에게 이름을 밝히지 않아 얼굴에 털이 많아 우리는 털보 라고 불렀다.
어쨓든 우리 네 사람은 밧줄에 묶여 한 사람처럼 지내야 했다."
김진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그럼 노예처럼 밧줄에 묶여 지냈단 말인가요?"
"내가 옛날에 노예 이자 노동자 였다고 할아버지가 말씀해주시지 않았니? "
"아저씨에 대한 말씀은 자주 해주셨지만 그 이야기는 금시초문 입니다."
"네 할아버지는 그런 분이셨다. 비밀을 끝까지 지켜주시는 분이시지. 너도 그렇게 할 수 있겠니? 앞으로 내가 믿어도
좋겠니?"
이렇게 말하며 박영훈은 김진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저를 믿으세요. 이 비밀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놀랐어요. 그런데 아저씨가 어째서 노동자가 되었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박영훈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대답했다.
"누구나 노예나, 노동자가 될 수 있는 법이다. 도박과 술, 이것 때문에 나는 노동자가 되어야 했다. 그렇다고 내가 도박과 술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친구의 무분별한 행동 때문에 그런 재앙을 겪어야 했다. 어느 날 친구가 술에 취해 말다툼을 벌이던 끝에 사람을 죽이고 말았다.
그 친구는 가족이 없었고 분명히 감옥에 가면 더이상 빠져나오지 못할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다고 판단한 나는 범행현장을 거짓으로 꾸몄고 이렇게 꾸미는데 사채업자가 도움을 주었지. 거액의 돈을 요구하면서 말이야.. 그러나 그런 돈은 친구나, 나도 없었고 담보로 내 몸을 맡겨야만 했다. 친구가 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자 사채업자는 나를 조직폭력배에게 팔아버렸다"
김진호가 소리쳤다.
"아니, 그럴 수가 있나요? 그렇게 사람의 권리를 짓밟아도 되는 건가요? 어쨓거나 아저씨가 어떻게
자유를 되찾았는지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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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나요? ^^;
이번화는 이야기의 발단 부분에 해당합니다. 다음화 부터 여러가지팁을 녹여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